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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무엇인가>

Quotation(인용)

by 글샘박선생 2016. 5.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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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여성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타입이었다. 그에게 생리에 대해 설명해주다가 그가 그렇게나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서 써보는 글. (오류는 정정하겠으니 알려주세요)

생리는 한 달에 한번 일어난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 달에 여러번 혹은 몇 달에 한번 하기도 한다. 그러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이 때 가는 병원은 산부인과.

여성의 몸은 자궁 내에 수정란의 착상을 도울 수 있도록 피와 영양분을 쌓아둔다. 그러다가 난자가 수정이 되지 않으면 그 벽을 허물어서 흘려 보낸다. 그래서 생리혈은 그냥 상처났을 때 뚝뚝 흐르는 피와 달리, 살점같은 (!) 조직들이 포함되어 있다. (눈으로 확인 가능)

그냥 자궁벽이 허물어지지는 않으니까, 자궁이 수축하고 움직이면서 그 벽이 떨어져나가게 한다. 어디 넘어져서 살갗 벗겨져도 쓰리고 아픈 것처럼 몸 속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데 당연히 아프다..
(+자궁에서 상처가 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고, 그 내벽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자궁의 움직임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 어쨌든 배변활동처럼 후련하고 개운한 그런 느낌만 남기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생리는 참았다가 쌀 수 있는게 아니다! 흔히 남자는 정액과 오줌이 같은 곳에서 나오니까 여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서 "참을 수 있지 않아?"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리혈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를 오무렸다가 피를 한번에 벌려서 내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가 흐르는 기간은 사람마다, 그리고 생리 때마다 다르다. 이삼일만에 끝날 수도 있고, 일주일이 넘게 질질 끌기도 한다. 조절은 불가능하다. 생리를 하는 시기도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컨디션에 따라 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생리통 까짓거 뭐 그렇게 아프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묘사해보겠다. 뭘 먹고 계신분은 여기까지만 읽자.

당신은 어젯밤 심각하게 매운 것을 아주 많이 먹었다. 아마도 불닭볶음면을 두 개쯤. 그리고 술을 진탕 마셨다. 그리곤 매운걸 먹으니 단게 땡겨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퍼먹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당신의 배는 엄청나게 꾸륵거리고 요동친다. 급똥 삘이다. 지금 당장 변기에 앉아야 한다. 배가 엄청 엄청 엄청 아프다! 지금 당장 변기에 앉지 않으면 팬티에 쌀 것 같다. 온몸에 오한이 느껴지고 덜덜 떨린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당황스러운 기분이 계속된다. 그러나 싸도 싸도 배아픔은 가시지 않는다. '당장 바지에 쌀 것 같은 최악의 배아픔'이 계속된다. 당신은 학교에도 가야하고 사회생활도 해야한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은 기저귀를 찬다. 기저귀 때문에 바지 핏이 구려진다. 어쩔 수 없다. 팔다리와 손까지 온 몸이 퉁퉁 부었다. 피부는 거칠다. 오늘의 스타일은 가히 최악이다. 그래도 일단 나가보기로 한다.

그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넘어진 곳 허리 언저리에 하필 목침이라던가 전공책, 마우스 혹은 전날 마신 소주병 따위가 있었다. 척추와 꼬리뼈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대략 똥꼬킥을 꼬리뼈에 정통으로 맞은 듯한 묵직한 통증이 허리에 퍼진다. 그리곤 그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급똥삘 배아픔은 계속된다.

그 와중에 누가 손가락으로 배를 꾸우우욱 꾸우우욱 누른다.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질 때까지. 그때마다 설사가 주르륵 주르륵 흐른다.

가랑이로부터 10센티미터 정도 위의 아랫배 속에 유리조각들이 들어있는 것 같다. 자세를 조금만 잘못해도 뱃속이 따끔! 따끔! 한다. 그 와중에 손가락은 계속 아랫배 이곳 저곳을 누른다. 주르륵 따끔 주르륵 따끔.

숙취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쑤신다. 여전히 급똥삘 배아픔은 지속. 허리 욱신욱신. 손가락 꾸우욱. 주르륵 따끔 꾸우욱 주르륵 따끔 꾸룩꾸룩.

당신이 찬 기저귀는 설사로 가득해 출렁이고, 축축하고 살이 짓무를 것 같고 불쾌하고 끈적끈적하다. 심지어 당신의 엉덩이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설사가 찔끔찔끔 새어나온다. 여전히 유리조각+손가락+급똥 배아픔은 계속된다. 당신은 혹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냄새를 맡을까봐 불안하다. 그 와중에 기저귀로 인해 가랑이살은 계속 짓무른다.

하루 종일 당신의 테마송 : 꾸륵 주륵 꾸욱 따끔 축축 끈적 출렁 킁킁 찔끔 꾸륵 주륵

어찌저찌 집에 왔다. 자고 일어나면 덜 아프겠지 싶어서 누웠는데 유리조각에 더 가까이 닿은 뱃가죽이 너무 따갑다. 이리 눕고 저리 누워도 손가락은 따라다니며 배를 꾹꾹 누르고, 급똥 배아픔은 계속되고, 당신의 엉덩이는 설사 기저귀에 착 달라붙어 있다. 당신은 매우 불쾌하다. 그 기분으로 어찌저찌 잠든다.

잠에서 깬 당신은 온 이불에 설사가 새어나와 칠갑이 된 것을 보고 경악한다. 팬티, 잠옷, 깔아놓은 수건, 담요, 전기장판까지 모두 얼룩졌다! 엄마가 들어와 등짝을 스매시한다. 급똥 배아픔+유리조각+꾸욱 손가락+허리아픔+등짝 손자국+찰싹 끈적 기저귀+엄마 잔소리를 참아내며 당신은 아침부터 이불빨래를 한다. 당장 빨지 않으면 설사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신은 한 시간에 한번씩 기저귀를 갈아입기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당신은 한 달에 8천원가량의 돈을 기저귀값에 들여야 한다. 1년에 10만원씩 최소 40년동안 매달 이 고통을 겪는다.

당신의 괄약근에 넣어 설사를 흡수하는 것도 판다고 한다. 그러나 그걸 넣으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꾸륵 따끔 주륵 꾸욱에 어질어질 으웩까지 추가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8시간 이상 넣으면 독성쇼크 증후군으로 죽을 위험도 있다고 한다. 잘 때 넣고 자다가 비명횡사할까봐 두려운 당신은 그냥 기저귀를 차고 자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당신은 또다시 이불빨래를 한다.

이것이 내 생리통이다. 그리고 나는 생리통의 고통을 1~10으로 평가할 때 3에서 4 정도에 불과하다. 심하면 학교는 커녕 문 밖에도 못나간다. 침대에 가만히 눕지도 못하고 (뱃속에 유리조각이 300개!) 아파서 울지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사족
1. 뱃살이 있으면 자궁을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어서 생리통이 좀 완화된다고 한다. (뱃살이 하나도 없던 때보다는 좀 있는 지금이 확실히 덜 아프긴 하다)
2. 단 거 먹으면 좀 덜 아픈건 기분 탓이다.. 기본적으로 위에 쓴 모든 증상은 뭘 먹거나 뭘 한다고 일시정지되는게 아니다. 일시정지는 없다..온오프일뿐
3. 생리 기간에도 변함없이 단정하고 상냥한 여자는 초인이다.. 누군가가 그렇다면 감사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4. 내가 오버하는 것 같으면 주변 여자들에게 정말 이런지 물어보라.
5. "임신하면 생리안하고 좋잖아~" 같은 '농담'이 왜 농담이 아니냐면 당신이 설사하고 있는데 열번 설사하는 대신 한번 농구공을 싸면 좋지 않겠냐는 말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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