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처음 대학에 발령을 받았을 때다. 기획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떤 기관에서 내가 근무하는 대학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일이 있을 예정이니, 서류를 준비하는 일을 맡아서 하란다. 물정 모르는 어리보기 신임교수는 응당 그래야 하나 보다 하고 맡아 하겠노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이 시작되고 보니, 시간과 품이 적잖게 들었다. 나는 한 학기 내내 그 일에 시달렸다. 2학기가 되자 학력고사 참관교수를 하란다. 그때는 학력고사를 치면 대학에서 교수 1명, 고등학교에서 교사 1명이 시험장에 나가서 하는 일 없이 종일 있다가 돌아오는 이상한 제도가 있었다. 나는 영광스럽게 시험장인 부산 시내 모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하루를 흘려보내고 왔다. 신임 교수에겐 이런저런 부담이 학과 안에서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