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인용) 88

사욕(私欲)은 끊고 천리(天理)에 따르라

사욕(私欲)은 끊고 천리(天理)에 따르라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백성들은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같은 전제군주국가에서는 백성들이야 벼슬아치들이 시키는 일만 따라서 해야 하는 처지여서 공직자들의 행위나 마음가짐이 나라를 움직이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공직자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정을 펴야 하는가에 대한 사례와 원칙이 담긴 『목민심서』라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공직자들의 마음가짐과 행정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몸가짐부터 바르게 하라는 뜻에서 『목민심서』 72개 조항 중 ‘칙궁(飭躬)’을 첫 번째 조항으로 두고 설명합니다. 몸가짐, 몸의 자세나 태도, 마음가짐으로 연결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욕(私欲)을 끊는데 힘쓰고 한결같이 ..

Quotation(인용) 2019.09.23

'八姦'을 경계하십시오

'八姦'을 경계하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귀하. 취임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축하의 인사가 아닌 경고의 간언(諫言)을 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새 정부가 밝힌 10대 국정과제가 현 단계 우리 사회의 혁신을 위해 온전히 실현되기를 고대하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측근, 정부와 집권당의 중요 인사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집권 초기의 뜻과 계획은 사그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는 대통령 개인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진보의 좌절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에 저는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동시에 한비자(韓非子)가 군주에게 악이 되는 여덟가지 장애로 열거한 '팔간'(八姦)의 문언을 빌려 고언(苦言)을 드리고자 합니다. *** '입속의 혀' 같은 대통령 측근들..

Quotation(인용) 2019.09.22

진시황과 한 무제의 꿈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지난 5월에 다산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중국인문기행 팀을 인솔하고 서안(西安)을 다녀왔다. 서안은 아테네, 로마, 카이로와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의 하나이며, 중국의 13개 왕조가 도읍을 정한 곳이어서 볼거리가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 진시황릉과 한 무제의 무릉(茂陵)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영생을 꿈꿨던 진시황, 49세에 죽다 진시황릉은 연인원 72만 명을 동원해서 36년간에 걸쳐 조성한 어마어마한 무덤이고 무릉 또한 매년 국가 조세의 3분의 1을 투입해서 53년간에 걸쳐 완성한 무덤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웅장한 무덤을 생전에 직접 만들었을까? 죽은 후에도 영생(永生)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들은 살아있을 때에도 불로장생하기를 바랐다. 진시..

Quotation(인용) 2019.07.02

인간의 마음, 남이 잘나가면 싫다

오래전부터 읽어온 글에서 자료를 찾느라 근래에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우리를 감동시켜주는 글이 있었습니다. 수천 글자에 이르는 다산의 상소문 「변방사동부승지소(辨謗辭同副承旨疏)」라는 글입니다. 1797년 6월 22일(음력) 정조에게 올린 글이니 바로 다산의 36세 때의 글입니다. 정조도 이 상소문을 읽어보고 깜짝 놀랄 만큼 다산의 글 솜씨와 공명정대한 마음에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상소를 자세히 살펴보니 착한 마음씨의 싹이 온화하여 마치 봄바람에 만물이 자라는 것과 같이 종이에 가득 펼쳐져 있으니 말한 내용을 감격스럽게 들었다.”라고 정조가 감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조만이 아니라 당시 조정의 고관들도 상소문을 읽어본 사람으로 감동하여 칭찬해주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뒤에 다산을 탄..

Quotation(인용) 2019.05.27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하여

최 기 숙(연세대 문과대학 교수)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건 외모적 동일성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 시선, 태도 때문인지 모른다. 사실 외모는 몰라보게 변했는데, 눈빛이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반가워하는 시선, 따스한 눈빛, 살피는 시선, 무언가를 훔치려는 눈의 표정. 사람은 타인을 보는 자기 시선을 결코 볼 수 없다. 그 시선은 오직 그가 보는 상대만이 안다. 그래서 말로는 네가 별로라고 해도 표정과 눈빛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감정을 알 수 있다. 오직 나를 바라보는 상대만이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실수하는 게 아니라 “고백한 사람”이 된다. “바라봄”은 눈과 몸으로 하..

Quotation(인용) 2019.04.23

그는 좋은 사람이다ㅡ류시화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 걸 보면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우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밖에 들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그는 밤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샤갈의 밤하늘을 염소를 안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거절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아파하는 걸 보면 그는 나귀를 닮은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홀로..

Quotation(인용) 2017.08.05

조 만나스 신부의 [스승의 기도]

조 만나스 신부의 [스승의 기도]를 올해도 공유해 봅니다.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신앙과 관계없이 한번 읽어볼 만한 글이지요. 스승이신 주님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진실하게 사랑하는 법을. 제게 주십시오 그들이 지닌 선을 발견하며, 그들이 지닌 독특한 재능들을 깊이 존중할 수 있는 힘을. 저를 도와주십시오 헌신적이며 믿음을 주는 스승이 될 수 있도록. 겸손하게 저의 지식을 나누어주며 주의 깊게 경청하며, 기꺼이 도와주며 가르침을 통해 그들이 선을 추구하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필요를 민감하게 알아듣고 잘못을 분별 있게 나무라고,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실수를 관대하게 용서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손으로부터 학생 하나하나를 받아들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Quotation(인용) 2017.08.05

정신분석용어사전-정동(AFFECTS)

정신분석용어사전-정동(AFFECTS) 주관적 경험, 인지적 요소 그리고 생리적 요소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심리생리학적 상태. 정신분석학은 감정(feelings), 정서(emotions), 정동(affects) 사이에 있는 다양한 차이들을 구별해왔다. 감정은 중추신경에서 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상태(이것은 의식에서 차단될 수도 있다)를 말한다; 정서는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드러나는 감정을 말하며; 정동은 이것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말하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은 무의식적이다. 하지만 이 용어들은 종종 상호적으로 사용되어 원초적인 심리 상태에서부터 복잡하고 인지적으로 분화된 심리 상태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그런가 하면 기분(mood)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정동 상태로서, 지속적인 무의..

Quotation(인용) 2017.08.05

<포도나무를 태우며> 허수경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는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린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

Quotation(인용) 2017.08.05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 고정희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날 분별 없이 뿌린 말의 씨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정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정을 제대로 다스리기란 나이를 제대로 꽃피우기란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 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 락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Quotation(인용)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