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등대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오늘도 당신은 멀리 배를 타고 나아가
그만 바다에 길을 빠뜨린다
길은 빠뜨린 지점을
뱃전에다 새기고 돌아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방파제 끝
무인등대의 가슴에 기대어 운다
울지 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정호승 『여행』(창비시선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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