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들

네가 누구냐

글샘박선생 2016. 5. 14. 22:53
 융학파 정신과 의사 이부영 박사의 책 「그림자」에서 :
 
 「네가 누구냐」라는 제목의 이야기 :

   어떤 소년이 절에 가서 여러 해 동안 수행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아들 행세를 하고 있다. 부모는 여러 가지 시험을 한 끝에 가짜 아들을 진짜라고 판단하여 진짜를 내쫓는다. 진짜 아들은 방황하다가 스님을 한 사람 만난다. 스님은 절에 있을 때 손톱과 발톱 깎은 것을 아무데나 버린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것이 개천으로 흘러들어가 그 아래 있던 쥐가 먹고 사람이 된 것이라고 설명. 집으로 갈 때 고양이를 한 마리 안고 가라고 함. 아들이 집에 돌아갔더니 가짜가 나와 기세등등하게 야단을 친다. 고양이를 풀어놓자 가짜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마당에는 커다란 쥐가 죽어 자빠져 있었다.

 자가시(自家視, autoscopy : 자기가 자기의 모습을 보는 현상)는 임상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정신의 해리현상. 신경증적 해리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피곤할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자아가 여러 개로 쪼개져서 여러 인격이 번갈아 의식 면에 나타나는 이중인격이나 다중인격도 인격장애현상. 똑같은 ‘나’가 여럿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르거나 약간 다른 성격들이 해리된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허위의식이 진짜의 탈을 쓰고 나타나는 상태를 더 가깝게 표현. 그것이 가식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거나 진정한 마음과 가식적인 진실 사이의 구별이 안되는 상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