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하여
최 기 숙(연세대 문과대학 교수)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건 외모적 동일성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 시선, 태도 때문인지 모른다. 사실 외모는 몰라보게 변했는데, 눈빛이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반가워하는 시선, 따스한 눈빛, 살피는 시선, 무언가를 훔치려는 눈의 표정. 사람은 타인을 보는 자기 시선을 결코 볼 수 없다. 그 시선은 오직 그가 보는 상대만이 안다. 그래서 말로는 네가 별로라고 해도 표정과 눈빛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감정을 알 수 있다. 오직 나를 바라보는 상대만이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실수하는 게 아니라 “고백한 사람”이 된다. “바라봄”은 눈과 몸으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