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인용) 88

무인등대, 정호승

무인등대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오늘도 당신은 멀리 배를 타고 나아가 그만 바다에 길을 빠뜨린다 길은 빠뜨린 지점을 뱃전에다 새기고 돌아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방파제 끝 무인등대의 가슴에 기대어 운다 울지 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정호승 『여행』(창비시선 362)

Quotation(인용) 2016.05.14

산에 언덕에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行人)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Quotation(인용) 2016.05.14

운명도 내 탓이다 - 불원천불우인(不怨天不尤人)

자고나면 숱한 사건이 터진다. 어김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잘못을 탓하는 공방전이 벌어진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끌어내리려 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능멸하려 한다. 방관자는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당사자는 상황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 책임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있다는 책임 전가가 만연한 시대다. 우리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남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군자와 선비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다. 불원천(不怨天)! 하늘을 원망하지 마라! 불우인(不尤人)! 남을 탓하지 마라! 선비들이 인생을 살다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외쳤던 인생의 화두였다. 에 나오는 ‘내 탓이오’ 철학은 남 탓으로 자신의 잘못을 가리려는 오늘..

Quotation(인용) 2016.05.14

<데미안>에서?

내 자신을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라고는 감히 부를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구도자였으며, 아직도 그렇다. 그러나 이제 별을 쳐다보거나 책을 들여다보며 찾지는 않는다. 내 피가 몸속에서 소리 내고 있는 그 가르침을 듣기 시작하고 있다. 내 이야기는 유쾌하지 않다. 꾸며낸 이야기들처럼 달콤하거나 조화롭지 않다. 무의미와 혼란, 착란과 꿈의 맛이 난다. 이제 더는 자신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들의 삶처럼.

Quotation(인용) 2016.05.14

관계의 기본 마음가짐

관계의 기본 마음가짐은 첫째로, 사람 한 명 한 명을 난로 다루듯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잘못하면 큰 화상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또 너무 멀리하면 난로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될뿐더러 아주 쌀쌀하고 춥게 됩니다. 즉, 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 오랫동안 바짝 옆에 붙어 있으면 꼭 탈이 납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는데 밀착되는 관계가 오래될수록 점점 좋은 줄도 모르게 될 뿐만 아니라 지겨운 느낌과 구속받는 느낌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서로 간의 심리적 공간을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는 절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 사이에도 해당됩니다.

Quotation(인용) 2016.05.14

사람살이에 상처받은 이에게

최기숙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교수) 사람이라는 환경 인생에서 앞으로 만나게 될, 그리고 만나야 할 사람이 더 많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껏 만나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무리 조용히 살았다고 해도 나이가 챙겨주는 축적이란 게 있다. 현대사회는 환경 보호나 보존의 문제가 심각한 화두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사람보다 더 큰 환경 요인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가장 신경 쓰이는 대상은 사람이다. 나무에게 숲처럼, 물고기에게 물처럼, 사람에게는 사회라는 거대한 추상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만나 말하고 인사하며 마주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밥도 먹고 회의도 같이하고 차도 마시고 일도 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지하철도 같이 타고 한참을 같이 간다. 어깨가 닿..

Quotation(인용) 2016.05.14

백범 김구가 과연?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른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

Quotation(인용) 201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