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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요즘 영화로 개봉된 1987년 그 시절, 난 고등학교에서 집을 오가는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따금씩 소위 당시 용어로 '데모'를 하는 학교 바로 옆 A모 대학 옆을 위태롭게 다니고 있었다. 그시절 오히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차려, 경례,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후일 군대에 가서 하게 된 내무반의 점호 같이 반장이 일괄 통제하던 학교였다. 지금 내 은사님들과 친구, 선후배들이 페친으로 얽혀 계시므로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쑥스럽기 그지없는 이야기지만, 당시의 체육복과 하계 교복을 기억해 보면 지금 후배들의 그것은 상전벽해겠지만, 그러고 다녔다는게 참 신기했다(아,하계 교복은 요즘도 유명하긴 하다). 국민학교 때는 온통 교실 밖이 때려잡자 공산당 무찌르자 김일성에서 그나마 얌전해진 꼴이었으니...

잡설들 2018.01.01

만남과 헤어짐의 모순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아쉬움은 늘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것이든 의미가 없는 것은 없는데, 어느 시점에 숙명으로 다가온 학교라는 사회에서 시나브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영원할 줄 알았던 인연의 헤어짐을 불쑥 머리를 들고 준비하게 되어야 하는 허망함과 아쉬움도 있다. 그러다 문득 그 본판인 인생의 과정에도 마찬가지의 양상이 존재했음을 깨닫고 부끄러워 한다. 참, 얼마나 모순된 인간인가.

잡설들 2017.12.09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 리가 없다'라는 단계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그것이 생각의 고임이 되었을 때 삶의 변곡점에 더 적응해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순간 든 영감. 그렇다고 '그럴 리가 없다'라는 고집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일정한 정도의 삶을 살면 그만큼 고착된 것은 있기 마련. 단 그것이 늘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가짐. 물론 이런 생각도 '착각'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읽다가 문득 2017.12.09

김정란선생님 퇴임강연

오늘 수업 직전에 대학때 교양 강의를 듣고 학교로 돌아와 처음으로 전공 교수님 외에 처음으로 인사드렸던 김정란 선생님의 고별강연에 들렀다. 선생님을 뵈러 학교에서 거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기 싫기도 해서 며칠전부터 마음을 졸였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대학시절 배웠던 선생님들 가운데 제대로 정년퇴임을 하신 분이 없었다. 이 학교의 역사가 참으로 평지풍파가 심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했던 선생님들도 제법 되었기 때문이다. 김정란 선생님이 사실상 그 역경을 딛고 처음으로 정년기념 강연을 하시는 첫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여서 비록 머쓱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이 대학에서 생활을 시작했던 김정란 선생님의 퇴임강연이 더 각별했다. 영미어문학부, 아니 이제는 실용영어학과가 되어버린 (다시 돌아오려나 모르지..

학교이야기 2017.12.09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잡설

9월에서 10월까지는 뭐 대단하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좀 걸어다닌다고 유세를 떨고 다녔다. 11월이 되자 논문심사에 영자신문 30여꼭지 (10*3)윤문수정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로 한 협력수업 지도안과 자료들을 공문화시킨다고 수업에 뭐에 정신이 없는데, 운동을 바쁘다고 놓아버리니 조금만 일하면 쉬이 피곤해져서 결국 월말이 왔고 간신히 손가락을 먼저 홈베이스에 터치했다. 이제 두 점 차 남은 야구경기 같다. 시험문제, 과제채점, 성적처리야 당연하고, 이번학기는 좀 뜸하네 했더니 바로 다음날 쳐들어 온 논문 세 개의 심사.. 계획을, 정리를 할 틈이 없는 바쁨은 그나마 현실을 보며 마주하는 불만들을 상쇄시킨다. 에효. 아침 예약인 줄 알고 그냥 들른 정기방문처는 오후 네시 예약이었단다. 정신도..없다.ㅠㅠ..

잡설들 2017.12.09

말의 의미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회

다산연구소 글 박 원 재(강원대 삼척캠퍼스 강사) 이름과 그것이 가리키는 내용이 서로 원망한 지 오래되어, 이런 까닭에 서로 끊어져 소통되지 못한다(名實之相怨久矣, 是故絶而不交). 중국의 고전 『관자』「주합」편에 나오는 말이다. 『관자』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로 유명한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가 관중(管仲)의 이름을 가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그보다 아래 시대인 전국시대까지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집필된 책이다. 이 책이 탄생한 전국시대는 ‘싸우는 나라들[戰國]’이라는 시대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천자(天子)가 있는 주나라 왕실의 권위는 갈수록 쇠퇴하고, 대신 그 아래의 여러 제후국들이 천하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던 때이다. 이에 따라 주나라의 문물제도는 하루가 다르게 ..

학문이야기 2017.09.15

깨몽

아직까지도 착각하고 있는게, 대통령이 뽑아놓으면 다 결정하고, 다 만들고, 평화 만들어내고, 경제 팍팍 살리고 무슨 가제트 형사 모자에 있는 잡다한 도구의 종합판인 줄 아나보네. 혼자 나라를 운영하나? 그런데 현실은 도와줄 사람은 지켜만 보고 사양하고, 비판적 지지라는 미명하에 마지못해 지지한척하던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앞뒤 재지도 않고 비판나서고, 원래 반대쪽은 바보짓하다가 망신당한거 메꾸려고 이쪽에다 속사정포 쏴대고. 북한만 쏘는거 아니네. 지금 대통령하는 양반도 저러고 싶어서 그러나? 분위기도 안되고 위상도 안되니 힘든거지. 제동씨, 성주가서 위로하는 건 좋은데, 그것 좀 말 안되게 비교하면 강서구 장애학교 설립이나 마찬가지 꼬라지인거 아나?평등하고 장애가진 사람도 권리가 있다면, 남들이 뭐라건 행..

잡설들 2017.09.10

팔자, 운명

팔자라는게 있고, 다른 말로 하면 운명같은, 결정되고 방향이 정해진 (destiny, destined )것이라기 보다는 중요하고 치명적인 (fate, fatal) 삶의 과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장난같지만, 그 장난같은 운명에 울고 웃으며 오늘을 산다. 누가 알았겠는가. 엊그제는 십여년만에 그때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서로 세월의 흔적을 공유하며 인사를 나눴다.그이는 내 목소리를 먼저 기억했고, 난 습관처럼 그의 얼굴과 성을 기억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떤 공간은 떠나도 흐릿한 기억뿐 아무리 열과 성을 다했어도 남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상황이 되고 미련을 갖게 되며 더더를 생각한다. 신기하고 얄궃은듯 싶으면서, 금요일 아침이 참 신묘하다. "사실은 우리가 가장 포기하기 힘들어했던 것..

잡설들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