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40

국가중심주의 vs. 개인중심주의

친구의 페북 글에 "원정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가 우리말고 또 있을까?"라는 말을 보았다. 그래, 맞다. 국가대표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국가대표 이전에 한 개인이고, 선수다. 최근 배구의 김연경이나, 축구 국가대표팀, 야구 국가대표팀을 가지고 말이 많다.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 그것은 승리여야 하며, 나라가 그들을 어떻게 지원하든 말든 최선을 다해 국가 발전(?)에 공헌하고 이바지하여야 한다. 사실 좀 지겹진 않나 싶은 국가주의 우선관. 누가 대한민국에 살고파서 페북 친구신청 하듯 누르고 신청해서 팔로잉하고 팔로우를 하나? 그건 아니고, 그냥 그들이 운명인양 이 세상에 태어난 거다. 그러하니, 굳이 그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라면..

잡설들 2017.09.06

무제

꼬리를 잘라내고 전진하는 도마뱀처럼 생은 툭툭 끊기며 간다 어떤 미련이 두려워 스스로 몸을 끊어내고 죽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스스럼이 없나 한 몸의 사랑이 떠나듯 나를 떠나 보내고 한 몸의 기억이 잊히듯 나를 지우고 한 내가 썩고 또 한 내가 문드러지는 동안 잘라낸 자리마다 파문 같은 골이 진다 이 흉터들은 영혼에 대한 몸의 조공일까 거울을 보면 몸을 바꾼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무언가 잘려나간 자리만 가만가만 만져보는 것이다 심장이 꽃처럼 한 잎 한 잎 지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면 이렇게 단단히 아프진 않을 텐데 몸을 갈아입으면 또 한 마음이 자라느라 저리는 곳이 많다 잘라내도 살아지는 생은 얼마나 진저리쳐지는지 수억 광년을 살다 터져버리는 별들은 모르지 흉터가 무늬가 되는 이 긴긴 시간 동안 난 ..

잡설들 2017.09.02

말하고 글쓰기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마땅한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먹는 것, 입는 것에도 개인의 방식이 있듯, 혼잣말, 혼잣글이 아닌 대화와 소통의 방식은 항상 일정 정도 자기만의 의지를 표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 말이 통하게 하거나, 서로의 말을 받아주는 방식이 중요한 것도 그러하다. 참 답답한 것은 일차적으로 권위의 문제와 의견의 제시 문제다. 권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복종 혹은 순종하지 않으면 퇴장하라거나, 물러나라거나, 꺼지라거나, 더 이상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자신의 업무에 잘못이나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절대성 오류도 한몫한다. 하물며 절대성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지 꽤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설혹 자신의 입장..

읽다가 문득 2017.09.02

공강, 논문심사, 객적은 생각.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지난 주에 요청받은 논문심사 하나를 부지런히 마치고 보냈다. 논문심사의 번잡하고 귀찮음이 때때로 심사를 뒤틀리게 할 때도 있지만 아주 바쁘지 않은 한 거절하지 않고 하는 까닭은 나에게 남은 전공에 대한, 버텨온 공부와 학문에의 열의에 대한 최하의 예의같은 느낌이다. 참고문헌이 될 수도 있고. 이번 방학에도 오늘 보낸 것까지 서너개의 논문을 짬짬이 심사했다. 물론 내가 남의 글을 심사하고 평가할 깜이 되는가라는 조심스러움도 있고, 글쓰는데 겁이 난다는 부작용과 글쓰는 이에 대한 연민같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한편, 어제 학술지 평가결과가 연구재단에서 나왔다. 솔직히 자꾸 등재지, 후보지 등으로 편을 가르고 지원을 핑계로 글쓰는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의 불편함이 싫다만, ..

잡설들 2017.08.29

다가가기 혹은 피하기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닥쳤을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고 애써 신경쓰거나 부스럼 될까 부러 피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남에게 내 불행을 신경쓰지 않게하고 싶어 먼저 피하다가 말을 걸때만 반응했다고 생각. 부러 피한게 진정 만나지 못할 사람일까? 사람에 대한 판단, 그리고 인간관계의 설정은 상황에 따라 토씨 하나 가지고도 격변하므로 암만 애써봐야 헛고생이다로 결론내렸다. 조심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느 예능프로에 아픔을 겪었던 그 사람들의 대화는, 또 내 맘에 소용돌이.

읽다가 문득 2017.08.26

그는 좋은 사람이다ㅡ류시화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 걸 보면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우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밖에 들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그는 밤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샤갈의 밤하늘을 염소를 안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거절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아파하는 걸 보면 그는 나귀를 닮은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홀로..

Quotation(인용) 2017.08.05

조 만나스 신부의 [스승의 기도]

조 만나스 신부의 [스승의 기도]를 올해도 공유해 봅니다.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신앙과 관계없이 한번 읽어볼 만한 글이지요. 스승이신 주님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진실하게 사랑하는 법을. 제게 주십시오 그들이 지닌 선을 발견하며, 그들이 지닌 독특한 재능들을 깊이 존중할 수 있는 힘을. 저를 도와주십시오 헌신적이며 믿음을 주는 스승이 될 수 있도록. 겸손하게 저의 지식을 나누어주며 주의 깊게 경청하며, 기꺼이 도와주며 가르침을 통해 그들이 선을 추구하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필요를 민감하게 알아듣고 잘못을 분별 있게 나무라고,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실수를 관대하게 용서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손으로부터 학생 하나하나를 받아들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Quotation(인용) 2017.08.05

정신분석용어사전-정동(AFFECTS)

정신분석용어사전-정동(AFFECTS) 주관적 경험, 인지적 요소 그리고 생리적 요소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심리생리학적 상태. 정신분석학은 감정(feelings), 정서(emotions), 정동(affects) 사이에 있는 다양한 차이들을 구별해왔다. 감정은 중추신경에서 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상태(이것은 의식에서 차단될 수도 있다)를 말한다; 정서는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드러나는 감정을 말하며; 정동은 이것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말하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은 무의식적이다. 하지만 이 용어들은 종종 상호적으로 사용되어 원초적인 심리 상태에서부터 복잡하고 인지적으로 분화된 심리 상태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그런가 하면 기분(mood)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정동 상태로서, 지속적인 무의..

Quotation(인용) 2017.08.05

<포도나무를 태우며> 허수경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는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린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

Quotation(인용) 2017.08.05

자기표절 기준 정리:인용문

같은 글 두 번 냈다고 다 자기표절인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기표절 기준 정리. 아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으나 모르는 분들도 꽤나 많으므로. 아래는 영미권 학계의 기준이나 우리나라가 특별히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1.1. 학술지 논문--->학술지 논문 1.2. 단행본--->학술지논문 1.3. 학술지논문--->용역보고서 2.1. 학술지 논문--->단행본 2.2. 학위논문--->학술지논문 2.3. 용역보고서--->학술지논문 2.4. 학술지논문--->학위논문 (원칙적으로는 표절이 아니나 소속기관 내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함) 2.5. 학술회의 자료집--->학술지논문 표절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위한 포인트. 잘 정리되어 있다. 다만 국내 대학 중에 교수 임용을 할 때 학위논문에서 나온 학술지 ..

학문이야기 2017.08.05